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인생

4학년에 인생 2막을 시작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요새같은 불경기에 남들은 다 좋다는 대기업에 복지부동한데는데 너는 또 왜 그러느냐고.
 
네. 맞습니다. 사실 전 그다지 대기업이 제 성격(MBTI) 테스트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나왔던 사람입니다. 조직에 그리 쉽게 순응하지 못하는 삐딱이쪽이죠.

그렇지만 그런 삐딱이가 6년에 가까운 생활을 대기업에서 했는데 이제 좀 철이 들었을까요?

이번에 그만 둔 이전 회사를 선택할 때의 기준은 "월급 걱정 없을 것",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볼 수 있는 회사일 것"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그 회사에서 3년 일해보니 제가 바랬던 소기의 목적은 모두 달성했던 것 같은데 하나 아쉬운 건, 결국 제가 얘기했던 방향들이 그리 틀리지 않았고 그런 제 의견을 고객사에게 얘기했지만 그리 실행이 잘 되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뭐 다들 그러죠. 그렇게 잘 알만 네가 한번 해보라고. 네. 그래서 그 회사로 옮겼습니다. 제가 본 방향이 맞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더 나이 먹기전에 직접 해보려구요.

그래서 옮긴 회사에서 제가 꿈꾸었던 아이템들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리 쉽지 많은 않았습니다. 대기업이란 게 사실 그리 쉽게 일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우선 나만큼 잘난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대부분 각자의 생각이 옳다고 당연히 생각하고, 그러니 그들을 설득해서 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다는 것이 정말 밖에서 보듯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럭저럭 운 좋게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났고(정말 행운이였죠), 전 그런면에서는 정말 사람복이 있다고 늘 자신합니다. 그들과 같이 고생해서 이해당사자분들을 설득해서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혼자서 사업하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규모의 일을요. 

1억명의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자.

제 모토는 이것이었습니다. 

전 제조사가 서비스를 잘 하는 회사가 되어야 중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국내가 아닌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회사라면 최소한 1억명의 고객기반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규모의 일을 해본 적도 없구요. 다만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또한 그 규모의 목표로 일을 해야 세계적인 수준의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구요.

이제 제가 기획한 서비스가 출시를 앞두고 제게는 또 한번의 선택이 주어졌습니다. 현재의 위치에 계속 있는다면 아마도 2~3년은 전혀 문제없이 진행할 자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안의 장똘뱅이 기질이 계속 저를 유혹했습니다. 시작은 네 일이지만 키우는 것은 네 일이 아니야. 그건 네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결국 제 한계를 제가 잘 알고 있는 거죠.

좋게 얘기하면 저랑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싶었고, 몸값 비싼 사람이 먼저 회사에서 자리를 피해주는 명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시기가 다시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IT 서비스의 트렌드를 읽는 일
그 흐름을 먼저 이해하고 남들에게 알리는 일
내가 실패했던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일
그리고 그들이 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
그들이 나처럼 값비싼 인생수업료를 치르도록 하지 않도록 돕는 일

그리고 사람들이 감동할만한 제품 컨셉을 기획하는 일
또는 그런 제품에 대한 전략방향을 세우는 일

뭐, 이런 일들인 것 같습니다. 

혹시 퓨처워커를 기억하시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제게 많은 연락 바랍니다.
저는 이제 대학교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한 그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업계의 많은 분들을 만나고 지원하고 관계를 맺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어떤 가치를 드릴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연락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만족하지 않으며, 체력이 다할때까지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다져봅니다.

늦은 밤에 중얼대는 퓨처워커
http://futurewalker.kr
2011년 10월 18일

PS. 끝으로 같이 일했던 제 동료들이 정말 제게는 행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