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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형님이라며! 이럴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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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출처:보그닷컴)

  상처가 아물 만큼의 시간이 흐른 걸까? 나도 이제 그 때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참 순둥이에 울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머니는 나의 어린 시절을 얘기하실 때 꼭 하시는 말씀이 바로 내가 "동네북" 이었다는 사실이다. 밖에서 놀다가 울면서 들어오면 꼭 누군가에게 맞고 들어오는 것이 바로 나라고 하니까 얼마나 한심했는지는.

  10대에 컴퓨터를 시작했을 때의 주변의 사람들도 그리고 IT 분야에서 20대 중반에 겁도 없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 나을 도와주었던 사람들도 모두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나만 올바로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기꾼이나 폭력적인 사람들은 모두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라고,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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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기억하는 인터넷 닷컴의 열풍이 불던 그 시절, 나도 그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솔직히 주변에서 투자를 받고 사업을 벌린다는 사장들을 만나보면 분명히 훌륭한 분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저 사람도 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세상이 우습게 보였다. 한마디로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였다.

  IT분야의 SW 개발 하우스로 시작해서 나름대로 나도 어느 정도 사업가로서 경력이 쌓였다고 생각이 드는 차에, 그 시절의 인터넷 광풍은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뭔가 나의 존재감을 표시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그런 시기였다.

  나름대로 리스크 분산을 한다고 기존 회사는 솔루션 전문회사로 두고 닷컴 회사를 별도로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고 투자자를 만나러 다녔다.

 하지만 사업 아이템의 기획은 내가 잘 한다면 하는 분야였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투자 유치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소개로 만난 사람과 동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 분이 대표이사를, 내가 CTO를 하기로 했다.

  그 후 대표이사는 회사의 인맥을 보강할 사람을 추가해서 끌어들였다.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인 A씨는 매우 호의적인 인상의, 사람과의 인맥이 많은 분이었다. 사장은 회사 사정상 급여는 당장 못 주니 주식을 일부 주고 사외이사 성격으로 명함을 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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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에게 나는 사업 아이템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다. A씨는 나를 몇 번 본 후 자기를 형님으로 부르라며 친근감 있게 대해 주었다. 물론 나도 그 호의를 받아들였고 A씨는 나름 자기 인맥으로 내게 몇몇 투자자 후보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운 없게도 회사의 설립 시기는 닷컴 열풍이 꺼지던 바로 직전이었다. 설립 직후 국내 주가는 급락했고 1차 투자도 목표 액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2차 투자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기존의 대표이사는 자리를 포기할 테니 나더로 대표이사를 맡으라는 거였다.
  내가 만든 회사를 그냥 접을 수는 없었기에 사실상 대책도 없이 나는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되었다.  결국 얼마 못 가서 그 회사는 정리의 수순을 밟게 되었고 직원들은 모두 밀린 급여를 달라고 소송이 들어오고 사업은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

  그 회사의 사무실 보증금이 좀 남아 있어서, 사무실을 정리하면 그 보증금으로 직원들 급여를 일부나마 지급하려고 했었다.

  그 때 A씨는 험악하게 생긴 자기 동생을 우리 사무실에 보냈다. A씨의 동생(?)이라는 그 사람은 기름통을 들고와 사무실에서 자기 몸에 기름을 부어 댔다. 자기 형님(?)의 밀린 급여를 주지 않으면 자기 몸에 불을 지르겠다는 거였다. 회사의 사외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그것도 나랑 형님/아우하자고 하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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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에서 말하는 형님이란 이런 것일까?

  난 참 그때까지 순진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때 내가 배운 건 이제껏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A씨는 IT 분야의 사람은 아니었다. 사실 내가 알던 IT 분야의 대부분은 순수하고 일 밖에 모르며 미래에 대한 꿈들이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순진하게도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난, IT 분야가 아닌 A씨의 분야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난 지금도 솔직히 사회에서 만난 누가 형님/아우 하자면 썩 그렇게 내키지는 않는다. 정말  다양한 얘기를 해 보고 정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이 들어야만 그 호칭을 허락한다.

당신의 어떠한가?

깊이 묻어두었던 마음속 일기를 꺼내보며
http://futurewalker.kr
2008년 3월 12일

마이크로소프트 Hero 블로그

PS. 제가 보그 파워블로그라고  보그코리아 이미지를 활용해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케이트 보스워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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