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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컨설팅/전략기획

Oracle, Sun을 접수한다?


  4월 20일자 인포메이션 위크 기사에 따르면 Oracle 의 인수 제안을  Sun Microsystems 가 합의했다고 한다.  간만에 보는 surprise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인수 조건은 보통주 당 9.50달러, $7.4B (한화 9조 8천억원) 규모로 일전에 IBM에서 내어놓았던 인수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돈 못벌어 봐서 백억 단위 넘어가면 남의 일이라.. 실제로는 몇천억 단위 차이겠지만 이렇게 표현해본다.)

 최근에 있었던, 공식적으로 Sun과의 인수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한 IBM의 발표 이후에 얼마되지 않아 터져 나온 뉴스로 필자도 다른 매체 였다면 그냥 '카더라' 통신으로 치부할 뻔 했다. 

 이로써 SW의 강자 오라클은 지금까지 궁합이 잘 맞았던 하드웨어, 그리고 Solaris 라는 운영체제를 포함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반, 게다가 Java 를 얻었다. 

 데자뷰처럼 몇가지 그림들이 머릿 속을 흘러가서 몇 가지 장면만 아래와 같이 정리를 해보려 한다.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 IT업계에서 밥을 먹는 동안 이런 surprise는 오랜 만의 일이고 업계에서 발생한 강력한 태풍이다.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그리 남의 나라, 딴 동네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 Oracle은 실사에서 드러날 다른 문제도 극복(Overcome)할 만큼 인수 합병에 적극적이어서, 그래서 최종적으로 Sun의 주인이 되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될 예정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공식적인 발표에 근거한 소식은 아니지만 최근까지도 Sun의 이사회는 IBM의 협상 중지에 당황했으며 IBM측에 협상을 타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까지 있었던 IBM의 수많은 인수 합병 사례 및 그 규모를 고려하면, 약 $2.0B (한화 2조 7천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포함하고 있는 Sun에 제시한 약 80억불의 인수 제안 금액은 엄청난 수준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다. 넷캐시를 제외한 50억불 대의 자금은 최근에 있었던 비지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 업체인 Cognos 사에 대한 매입 규모와 비교해서도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라 할 수 있다. 
( Cognus 합병 : IBM의 23번째 인수합병이며, 2007년 당시 50억달러 규모로 알려짐.)
 하물며 IBM이 분명히 탐낼 만한 하드웨어에서의 경쟁 고객 기반과 자바, 그리고 오픈소스 initiative들의 가치는 만만치 않다.
 여기에 경쟁 요소를 덧붙이면 IBM의 딜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실사(Due diligence) 과정에서 자바 등의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했고, 반대로 경쟁자인 오라클은 공격적으로 접근해서 비슷한 제안 금액의 딜을 성사시켰다고도 분석해볼 수 있겠다. 
 이러한 가정에서는(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으니), 래리 앨리슨 회장의 실행력과 인싸이트가 오라클 입장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딜을 성공리에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 IBM은 처음부터 경쟁자가 충분히 비싸게 사도록 가격을 올려놓고 싶어했다? 

 경쟁사가 충분히 높은 금액을 지불하게끔 하는 것도 경쟁 전략이 하나라고 할 수 있고, 일부 블로그들에 따르면 주요 하드웨어 벤더 입장에서 Sun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IBM이 HP를 비롯한 타 경쟁사들이 Sun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왕왕 있어왔다.
 다른 인수 합병 건들과는 다르게 실사 절차 및 인수 협상의 완료 이전에 이미 언론에 노출시킨 썬에 대한 IBM의 인수 시도를 곱씹어 보면, 어쩌면 오라클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금액으로 썬을 떠안도록 하지 않았을 까 하고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 
 (시간을 가지고 오라클의 재무제표를 좀 뜯어보고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현시점에서 예상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3. 최근까지 썬에서 저명한 대표이사로서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던 유원식 현 한국 오라클 사장의 이취임 장면.
 
  썬에게 한국은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에서 찍어내는 수많은 휴대폰에 모바일 자바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지역에 걸맞게 썬 한국지사는 특이하게도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겸하고 있다. (다른 경쟁 회사들이 호주 혹은 상하이에 아태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아시아태평양 본부의 장이 동일 지역의 경쟁 회사 사장으로 옮겨가는 것이.. 물론 개인의 선택과 경력을 위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뉴스들 사이에 어떠한 관계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되돌아 보게 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전이다. 


소프트웨어 욍국 오라클, 이제 개발자에게 접근하다 ? 

  업종에 따라 이러한 기사(썬에 대한 인수합병)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만약 필자가 오라클의 썬 인수 에 대한 의미를 짚어 보라 한다면, 지체 없이 '개발자' '개발 생태계'를 화두로 꺼내고 싶다.
 하드웨어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일부 제품을 출시하기까지한 오라클에게 썬의 하드웨어 기반은 엄청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에게 그것 보다도 더 큰 의미는 썬이 가지고 있는 Java라는 커다란 자산과, 오픈소스 기반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로써 개발자들과 지원 및 Interaction을 가능하게 하는 개발 툴, 개발 풀랫폼, 나아가서 오픈소스 기반의 프로젝트 자산들은 단시일의 노력으로는 가지기 어려운 것들이다. 
 반면에 현재까지 확복한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즉 스택에 있어서 이러한 개발 환경, 개발 플랫폼이 가지는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의 의미는 연금술과 같은 것이다. 개발 플랫폼을 가짐으로써 느슨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고객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물론, 기본적으로는 딴 동네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그냥 나름대로 한국의 IT업종이라는 아주 좁은 잡 마켓에서 나름대로 좋은 처우와 기회를 제공하는 회사가 하나 또 다시 없어졌구나. 이렇게 표현해볼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밥그릇 갯수로 사소히 넘기기 어려운 변화가 보인다고 해야할른지 모른다. 자바, 개발 환경 - 엔터프라이즈 IT업계에서 Oracle은 분명 거대한 산이었다. 
 어떤 짐작이 사실이든 이 거대한 산이 이제 능선을 따라 산맥을 보여주는 순간이니, 산을 탄넌어야 하든, 커다란 산맥을 관망하며 leverage해야 하든 먼 산은 다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무척 간만에 잼있어지는 동네 얘기로 잠을 잊은 
퓨처워커 누씨스(nusys)
2009.04.20.11:47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