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인생

컴퓨터 써클에서 노래를 했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4학년이라면 아마도 써클이라는 단어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너무도 답답해서 끝이 보이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터널을 지나서 시작되었던 제 대학생활은 너무도 하고 싶었던 컴퓨터 써클로 시작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컴퓨터 써클에서 저는 시작부터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컴퓨터 써클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꼭 사용할만한 컴퓨터가 없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미 고등학생때무터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기때문에 컴퓨터 기기 자체에 대한 환상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바로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았았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하면 참 제가 순진했지만, 저는 컴퓨터 써클에 들어가면 컴퓨터 얘기로 밤을 새면서 얘기할 사람이 우글우글거릴거라고 기대했었거든요.

하지만 써클에 있던 선배나 동기들은 제 생각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각자 다른 생각들을 갖고 써클을 가입했더군요. 제가 그렇게 놀리곤 했죠. "컴퓨터를 빙자한 놀자 써클"이라고.

그리고는 1학년 여름인가 동기들과 MT를 가서 동기 기장하고 밤새 토론을 했습니다. 우리는 써클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물론 저는 컴퓨터를 얘기했고, 그 친구는 "사람을 사귀는 것"을 얘기했습니다. 전 "컴퓨터를 주제"로 사람을 사귀는 것이 컴퓨터 써클이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그 친구는 "사람을 사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었죠. 뭐 결국 그 친구를 제가 설득하지는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 써클 안에도 소모임이 있었습니다. 어느 커뮤니티나 그 규모가 좀 크면 더 작은 단위의 소모임이 있는 것 처럼요. 그런데 그 소모임 주제가 바로 "합장소모임"이었습니다. 즉 컴퓨터 써클에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던거죠.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저도 그 소모임에 가입했고 그 소모임은 몇 년에 걸쳐서 지속성을 가졌다는 점이 인상적이고 또한 소모임 사람간의 결속력도 좋았었다는 점입니다. 그 때는 이유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사회생활을 하고 저도 이럭저럭 살면서 몇몇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활동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는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된 것들도 있고, 어떤 커뮤니티는 제가 굳이 열심히 참여하지 않아도 잘 성장하거군요. 그게 참 신기했습니다. 왜 어떤 커뮤니티는 되고 어떤 커뮤니티는 안 되는지.

최근까지 저는 플랫폼전문가그룹이란 커뮤니티에 운영진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참여하면서 점차 대외활동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도 제목은 거창하지만 결국 "수다 클럽"으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페북에 클래식 음악 동호회라는 그룹이 생기면서 빠르게 그룹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느낀 점이 있어서였습니다. 물론 저도 대학교때 심지어 1년동안 앞의 컴퓨터 써클이외에도 클래식기타써클을 할 정도로 관심이 있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래저래 너무 바빠서 클래식음악으로 동호회를 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는데 이 그룹에 참여하게 되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왜 이렇게 커뮤니티로 모이려고 하는걸까요?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대화가 많이 일어나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오늘의 제 결론은 어떤 커뮤니티안에서 대화가 많이 일어나려면 대화의 주제가 쉽고 빠르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대학생때 노래소모임에서 느꼈던 그 소속감은 바로 그들과 같이 노래라는 매개체로 같은 "감성"을 쉽게 공유할 수 있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PAG 운영진 모임을 3년이나 하면서 계속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도 물론 그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로 부담없이 떠들은 수다때문이었던거죠. 제가 뭔가 그분들과 너무 부담이 되도록 했었다면 그 모임이 이렇게 발전되기는 어려웠겠죠. 그리고 클래식음악 동호회가 이렇게 빠르게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는 것 또한 음악이란 소재가 서로 쉽고 빠르게 공감할 수 있고 감성을 나눌 수 있기때문에 오히려 플랫폼 얘기보다도 훨씬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나랴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스스로 반성해봅니다. 너는 정말 다른 사람과 편안하게 공감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오늘 10페이지 글을 써야 하는 퓨처워커

http://futurewalker.kr

2012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