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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HCI

지메일 계정을 만드는게 쉬우세요?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에서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인 1989년  PC통신 시절에 “EMPal”이라는 사설 BBS가 있었다. 당연히 인터넷이라는 것도 없었고 컴퓨터끼리의 데이터 교환은 모두 플로피디스크가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필자도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난생 처음 ID라는 걸 만들었고 처음에는 뭘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컴퓨터 옆의 마우스를 보고 “mouse”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미 나보다 먼저 “mouse”를 신청한 사람이 있었고 내 ID는 “mouse2”가 되었다. 결국 그 뒤로 PC통신에서 내 ID는 모두 “mouse2”가 되었다. 아마 여러분도 모두 한번씩 경험했을 상황일 것이다.

이제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여러분이 처음 이메일 계정을 만들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묻고 싶다. 이미 대부분은 계정을 하나쯤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의 고통이 기억나지 않겠지만 현재도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가입할 때는 누구나 계정 만들기에 대한 이런 고민이 필요하다.

솔직히 필자도 국내 주요 인터넷 서비스에 계정을 만든지 이미 10여년이 넘었기 때문에 특별히 신규로 계정을 고민한 적은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Google, Flickr 그리고 Twitter 등의 외국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다시 이런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필자가 자주 사용하던 ID를 이미 다른 사람이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게 Twitter의 사용자가 1억명이 넘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ID 는 대부분 이미 사용중이다. 결국 기존에 자기가 사용했던 ID에 숫자를 붙여서 새로운 ID를 만들게 되고 우린 결국 또 하나의 “복잡한 ID”를 기억해야만 한다. 왜 내가 이 고생을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라고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미 국내 네이버나 다음에 등록된 ID는 아마 국내 인구보다도 많을 것이다. 심지어는 아마 포탈 서비스를 사용하시다가 운명을 달리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후손들이 고인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그분의 포탈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정리해보면 신규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획자가 제일 중요하게 고민해야 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사용자 계정 정책”이다.

인터넷 광풍이 불던 2000년대 초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에게는 가입을 위해 새로이 ID를 만들라고 “강요”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서비스 제공자는 온갖 잡다한 개인정보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요구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인터넷 세상에 서비스는 넘치고 고객은 웬만해서는 새로이 ID를  만들면서까지 신규 서비스를 가입할 생각은 없다. 이제 자연스럽게 대안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메일 계정이다.

그 예로 페이스북을 보면 가입할 때 ID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자신이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접근은 서비스 제공사가 의도적으로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알림을 보낼 수 있는 이메일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사용자도 새로이 ID를 고민할 필요 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가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게 최선일까?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이메일을 새로운 서비스의 ID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 다시 등록한 이메일로 메일 주소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 이건 국내의 경우 서비스 가입시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하고 이를 다시 “실명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것 자체도 분명히 사용자에게는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결국 서비스 가입에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것도 최선은 아니다.

따라서 요새 전세계적으로 신규 서비스의 대부분은 자체 ID 시스템은 지양하고 기본적으로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아예 페이스북이나 Twitter같이 이미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의 계정을 거의 “가입”이라는 개념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도에 인터넷 서비스의 유료화를 위한 “통합 계정 서비스”로서 Passport network이라는 웹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발표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런 유료화를 위한 계정 플랫폼으로서 페이스북이 그 역활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이제 모바일 시대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 전세계으로 유일하게 나만의 것이면서 내가 늘 기억하는 계정은 무엇인가? 바로 내 휴대폰 번호이다. 왜 휴대폰 번호를 계정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할까? 사용자 입장에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고 그 ID와 비밀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4가 발표되면서 이미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화상통화 서비스인 Facetime이 왜 다시 각광 받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통신사가 제공하지 않는 화상전화 서비스로서 무료이면서도 최초로 “전화번호”만으로 별도의 가입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벤치마크해서 똑같은 방법으로Tango라는  화상통화 앱도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무료 음성 통화 앱인 Viber도  전화번호만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신규로 계정을 고민할 필요도 없지만 서비스의 “가입”이라는 개념도 없다. 이런 것이 바로 고객이 설문조사에서 얘기하지 않는 “요구”를 만족시키는 “혁신”이라 생각한다.
 
서비스에서 혁신이란 무엇인가?

모두들 UX를 얘기한다.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UX에서 “멋진데~” 할 수 있는 그래픽이나 직관적인 화면배치들에만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이런 것만이 서비스 혁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기획자가 이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나 “기능”을 과감히 없애고 단순화시켜서 사용자로 하여금 좀 더 편하고 쉽게 서비스를 가입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혁신일 것이다.

생각해보자. 아이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모든 휴대폰은 반드시 그 많은 키패드가 있어야 했다. 그런 “고정관념”이 지배적인 이 업계에서 키패드를 없애는 것도 모자라 “한 개의 버튼”만을 고집한 한 회사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객관점에서 진정으로 편리함을 생각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기획자로서 어떤 “고정관념”을 버리고 어떻게 고객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듣고 싶다.

서비스 혁신을 고민하는 퓨처워커
http://futurewalker.kr
2011년 1월 29일

<본 내용은 ZDNet에 컬럼으로 발행된 내용을 제목만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