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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과 제품

아이패드는 TV의 미래를 꿈꾸는가?-티빙 사용기

아이패드에 CJ헬로비전의 TVing 앱을 설치해서 사용해보고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사실 아이패드를 벌써 3개월 이상 사용해보고 있지만 이것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탓에 실실시간 TV를 굳이 아이패드에서까지 볼 생각은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 나이도 4학년을 넘어가다보니 TV를 틀어넣고 다른 것을 동시에 하는 일이 내게는 그리 편치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IPTV가 대중화되면서 "본방사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업무적인 내용이 아닌 정말 순수한 "재미"있는 컨텐츠를 즐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나에게 본방사수란 가장 나중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제 집에서  TV를 켜고 제일 처음 생각하는 것은 지나가버린 그러면서 돈은 내지 않은 TV 프로그램 다시보기이다. "세바퀴"나 "부부스타쇼" 같은 것은 본방을 보지 않고 언제라도 봐도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내 상황이 메인스트림이라고 할 수는 없고, 상당히 일부의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지인이 TVing 1개월 무료 쿠폰을 건네주니 그제서야 이렇게 서비스를 가입하게 되는건 천천이 나도 노땅이 되어가는 걸 느끼게 된다.

원본: http://tving.tistory.com/158



TVing 앱을 설치해써보고 처음 느낀 점은 일단 "음 꽤 쓸만한데~"였다. 사실 아이패드에 유명한 ABCPlayer나 Netflix를 설치해보면 국내에서는 판권문제로 컨텐츠를 볼 수 없기때문에 그림의 떡이라서 진정한 "비디오 서비스"를 느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TVing 앱을 써보고 느낀 점은 "이제 집에서는 DMB 볼 필요는 없겠구만"이었다. 물론 WiFi에서나 쓸만하지 3G에서는 써보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비추다. 즉 집에서만 쓰시는게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이제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점과 아쉬운 점을 나열해본다.

첫째 티빙앱 화면에서 시청율순을 선택하면 현재 각 프로그램별로 시청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사실 케이블이나 IPTV나 채널이 너무 많아지면서 도대체 매번 채널을 바꾸면서 재미있는 걸 찾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냥 남들이 가장 많이 보고 싶은 걸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결국 남들이 많이 본다는 얘기는 뭔가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내가 알기로 아직 어떤 IPTV도 이런 개념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없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이렇게 제공하기 시작하면 모두들 특정 프로그램만을 시청할 것을 걱정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즉 공급자 마인드가 아닐까라는 추측이다.

사실 Social TV라는 개념을 얘기하지만 현재의 TV는 철저하게 Non-Social 적인 경험이다. 즉 내가 특정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고 내 친구가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사람들끼리 실시간으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기존의 TV 사용환경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했고 또한 고객들에게도 익숙하지 않는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대화형 TV 역사가 40년도 넘었지만 고객들은 아직도 TV에서 채널버튼과 볼륨 버튼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와 같은 "터치"가 자연스러운 TV라면 좀 다른 "사용자 행태"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 즉 아이패드를 놓고 그냥 심심하게 TV만 보고 있지만 웬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즉 기존에 2~3 미터를 떨어뜨려 놓고 봐야하는 TV가 아닌 내 무릎위에 있는 TV라면 그리고 언제라도 내가 만질 수 있다면 뭔가 자연스럽게 "대화형 행태"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하다못해 화면에 나오는 배우에 대한 "좋아요" 버튼을 달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둘째로 내가 CJ라면 티빙을 무료로 1년간 서비스해보겠다. 오히려 그 정도의 기간에 필요한 컨텐츠 배포 비용은 그냥 투자로 생각하고 다양한 실험을 제안하고 싶다. 왜 티빙은 아이패드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이 될 수 없을까? 기본적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그 서비스 기반하에 다양한 부가적인 시장이 자라날 수 있도록 했던 것이 페이스북이 아니던가. 마치 유투브의 무료 컨텐츠 위에 니코니코동화가 새로운 비디오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냈듯이 티빙도 그런 "혁신"을 주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셋째로 뭐 당연한 얘기같지만 현재 티빙 앱과 웹에 있는 마이채널은 연동되지 않는다. 아마도 개발자가 바빠서 1.0에서는 지원하지 않은 것 같다. 진정한 N-Screen이라면 당연히 지원할 예정이겠지만 말이다.

넷째로 실시간에 집중했기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약하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전체채널을 찾아봐도 지금 시간에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없지만 1시간뒤에 재미있는 "천룡팔부"가 방송될 예정이라면 그 시간에 나한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개념"있는 고객이 그리 많지 않다는 비판에는 동의한다.

다섯째로 프로그램에 대한 게시판이 연결되면 좋겠다. 물론 꼭 게시판일 필요는 없다. 결국 각 프로그램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요"를 했는지, 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이 프로그램에 뭐라고 썼는지, 또는 내 친구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뭐라고 썼는지가 비디오 화면이나 프로그램 안내 페이지에 나온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즉 꼭 "실시간 비디오 경험"에만 집중하지 말고 조금은 "비실시간적인 행태"를 유도하고 그곳에서도 "재미"를 주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이게 스마트패드나 스마트폰이니까 가능하다. 절대 IPTV에서는 불가능한 환경이라는 걸 나도 동감한다.

TV의 미래가 궁금한 퓨처워커
http://futurewalker.kr
2010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