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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료

페이스북 메시지는 과연 이메일을 사라지게 할 것인가?

Oluniyi David Ajao on Text Messaging the Day Away

최소한 이 컬럼을 보는 독자분들은 국내에서 웹이 대중화되기 전에 FTP나 Telnet서비스를 한번이라도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FTP 서비스에 관심을 주지도 않고 접할 기회도 많지 않을거라 생각된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좋은 대체재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내용은 우리들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이 언젠가는 다른 대체재에 의해서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그런 엉뚱한 가능성에 대한 얘기이다.

이메일은 IT 역사에서 인터넷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생명력을 지닌 서비스다. Wikipedia에 의하면 @가 들어간 이메일은 1971년에 레이 톰린슨에 의해서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의 전신인 ARRANET이 1969년에 시작되었으므로 얼마 있지 않은 1971년에 이메일이 개발되었지만 그때부터 이메일은 ARPANET의 킬러앱이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메일 프로토콜은 원래 FTP 프로토콜의 일부였고 1982년에 가서야 SMTP로 분리되었다는 점이.

어떤 인프라나 플랫폼이 성공하는데는 킬러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이텔과 천리안 같은 PC통신에서도 초기의 킬러앱은 이메일이었다. DAUM이라는 회사를 현재의 자리에 오게 만든 기반도 바로 한메일이라는 무료 웹메일이었다. Yahoo도 초기에 “웹 북마크”로 회사를  시작한 후 IPO 이후 처음 인수한 회사도 바로 Rocketmail이라는 이메일 서비스이다.

PC기반 메시징 서비스에서 이메일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PC용 메신저이다. ICQ라는 서비스가 1996년에 시작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수십개의 유사 서비스가 출시되었지만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은 몇 개 없다. 원조격인ICQ와 AIM, MSN, GTalk, 중국의QQ 그리고 국내에서는 네이트온 정도다. 주목할 점은 메신저가 그렇게 성장하면서 이메일은 대체재가 아닌 상호 보완재로서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메신저가 성장하기 전에  PC통신에도 “채팅방”이 있었고 웹 초기에 국내에서 엄청난 성공을 했던 “세이클럽”도 바로 “채팅 서비스”이다.

이제 FTP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이메일도 우리 곁에서 떠나갈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페이스북의 “메시지”가 현재의 이메일, 메신저, 채팅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

필자가 갖고 있는 대중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은 “대중은 여러 개의 서비스를 다양한 채널로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아직도 오프라인으로 우편제도는 있지만 최근 이메일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바로 비용과 시간의 편리성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아직도 우편으로 청구서를 발송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고객이 이메일에 익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인터넷과 웹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다양한 채널로 친구들과 “즐거운 수다”를 주고 받고 있다. PC에서 그 처음은 채팅이었고, 이메일이었고 그 다음은 메신저였다. 그리고 다시 “카페”라는 게시판 형태의 서비스에서 즐거운 “수다”를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메시징 서비스”의 즐거움이 “1:1”에서 “N:N”으로 갈수록 재미는 있지만 또한 “개방성”때문에 반대로 “개인 정보의 노출”이 문제라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 “개방적인 채널”이 완전히 “개인적인 채널”을 대체하지 못하는 결과를 볼 수 있다.

다른 하나의 관점은 “실시간”과 “비실시간”의 서비스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는 바로 “시간의 동기가 필요한 서비스”와 “시간에 비동기적인 서비스”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PC용 메신저에 대한 고객의 인식은 “실시간 대화”이다. 그래서 이름도 “Instant Messenger”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메일에 대해 이런 “실시간성”을 기대하진 않는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욕구란 이중적이어서 그 “실시간성”에 대한 정의가 모두들 다르단 점이다. 이메일을 보내면서도 어떨때는 바로 “답변”이 오길 바란다. 포탈 웹메일에서 이메일을 보낸 후에 문자를 보내는 기능을 제공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보낸 이메일을 상대방이 바로 읽으라고 “압력(Push)”을 넣고 싶은 것이다.

이제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란 결국 개인 맞춤형 게시판이라 볼 수 있다. 각자 개인이 작성하는 게시판이 “친구”라는 관계에서 의해서 개인 맞춤형으로 편리하게 제공된다. 또한 점차 휴대폰과 연동되면서 “실시간성”이 강화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게시판”의 즐거움과 “메신저”의 실시간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N:N 수다의 즐거움”을 제공하면서 필연적으로 “개인 정보 노출” 문제를  발생시킨다.
 
한편 페이스북의 “메시지”는 정확하게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읽고 있다.

첫째는 고객이 다양한 “개인적인 메시지 채널”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하나로 통합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시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메일, SMS, 메신저는 “개인화된 채널”이다. 이것들을 모두 하나의 “채널”처럼 쓸 수 있다면 분명히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편리함”은 “연동”이 아니라 “대체”가 될 것이다.

둘째는 그 채널이 분리되어 있어 내용도 분산되기때문에 나중에 “Context”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내가 언제라도 어떤 기기에서라도 계속 대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친구와의 “Context”는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과도적으로 분리된 내용을 통합해주겠지만 결국에 하나만 쓰게되면 모든 내용은 자연스럽게 “보관”되고 검색될 것이다.

셋째는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목록”이 주소록의 역활을 하면서 자동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메일에 주소록처럼 일일히 내가 편집할 필요도 없고, 메신저에 있는 친구의 프로필이 갱신되길 기다릴 필요도 없다. 휴대폰에 불편하게 주소록을 편집할 필요도 없다. 결국 페이스북의 “친구목록”이 나의 통합 “친구 주소록(Social Address book)”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FTP를 생각해보자. FTP가 우리곁에서 멀어진 이유는 바로 “기술의 복잡성”이다. “FTP”라는 용어를 알지 못해도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원하는 “영화”를 검색할 수 있다면 대중은 “FTP”라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친구에게 간단하게 “안부인사”를 보내는데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내가 반드시 알아야할 이유는 없다. 이메일 ID만을 보고 친구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보다 간편하게 내가 원하는 “메시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린 얼마든지 이메일과 SMS와 메신저를 버릴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지.

분명한건 기업은 늘 느리게 변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중은 자신이 투자한 것이 많지 않다면 언제든지 우리를 버릴 의지가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분명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하다면 말이다. 여러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런 것들중 하나가 아니길 바란다.

메시징의 미래를 고민하는 퓨처워커
2010년 12월 19일
http://futurewalker.kr 
PS. 이 글은 ZDNet.co.kr 컬럼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