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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일

Slack, 여유 없는 기업에 가지마라.


Slack이란 단어의 뜻은 "느슨한, 부진한, 한산한, 해이한" 등이다. 모두 관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다. 특히 여러분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는 기업에 다닌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도대체 어떤 회사가 조직 문화를 이렇게 가져가길 원하겠는가?

Slack 슬랙 - 10점
톰 드마르코 지음, 류한석.이병철.황재선 옮김/인사이트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Slack"은 "피플웨어"라는 책으로 유명한 "톰 드마르코"의 최신작(?)이 아닌 출간된지 10여년이 지난 책의 제목이다.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이라는 부제의 책의 제목이 "여유"라,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필자도 인상깊게 느꼈던 책의 일부분을 여기에 옮겨본다.

61페이지,
"여러분이 이브와 팀원들을 위해 줄인 여러분의 슬랙은 시간적 의미의 슬랙이 아니다. 그것은 통제권의 슬랙이다. 그것 또한 건강한 조직에게 있어서는 어느 모로 보나 필수라 할 수 있다."

87페이지
"일을 빨리 하라는 시간 압력을 받는다고 지식근로자가 더 빠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팀 리스터"

91페이지
Push만 하는 것이 관리의 전부라고 믿는 관리자는 진정한 관리가 뭔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도 원래는 조직도의 아래에 위치한 불쌍한 영혼들에게 끝없는 압력을 가하는 것보다 더 나은 그리고 더 만족스러운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107페이지
기력을 모두 소진한 직원은 대개 기업을 떠나기 위해 이직을 준비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떄떄로 그들은 그냥 좀비로 남는다. 그런 좀비들이 많은 조직. 즉 직원 대부분이 살아 있는 시체들로 구성된 조직은 아주 갑갑하고 무기력한 느낌으로 가득 차게 된다.

127페이지
나쁜 관리의 제1법칙의 원자, Gerald M. Weinberg. 1990년대. "만약 무언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더 많이 하라"

나쁜 관리의 제2법칙, "관리자 자신이 만능 선수가 되라."

132페이지
관리가 여려운 이유는, 관리 기술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숙련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리는 모든 것이 미묘하다. 도대체 왜 마리아는 그렇게 예민한 거지? 알만드와 엘우드 사이의 긴장감은 뭐지? 대니가 정말 새 직장을 찾고 있을까? 그가 떠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지? 내가 데드라인을 너무 공격적으로 정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혹시 직원들이 나의 무지를 비웃고 있는 건 아닐까? 보고할 때 내 말투가 적절한가? 내 상사가 조직의 눈 밖에 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등등.

139페이지
분노한 관리자는 패배자다.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불행한 무능력자다.

147페이지
건강한 조직에서는 어느 정도의 실패가 용인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실패하라. 그 다음에 성공하라(sink, then swim)", 라는 거의 공식화된 정책을 갖고 있다.

161페이지
지식근로는 테일러주의가 결코 필요 없는 영역이다. 지식근로는 공장근로와 매우 다르다. 조립 라인이 없고, 고정된 규칙이 존재하지 않느며, 그 가치가 아주 주관적이어서 정략적 측정이 힘들고, 판단력이 가장 중요시된다.

169페이지
내가 생각하는 품질 운동의 문제는 그 비용의 과도함이나 조직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한다는 데 있지 않다. 효용성은 적은데 비해 립서비스는 넘친다는 게 문제다.
슬랙이 없는 품질 프로그램은 마치 잔인한 유머와도 같다. 시간과 인적자원이 부족하면 실제로는 기대치보다 더 느리게 일하게 되고 그러한 지연 비용의 결과로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초기 또는 중간 단계에서 없애버린 시간은 결국 이후의 작업과 품질에 문제를 가져온다. 문제는 그러는 와중에도 "품질"에 대해 헌신하고 있다는 공허한 주장을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74페이지
제품의 품질은 그것의 "유용성"에 달려있지 그 제품이 얼마나 "결함"이 없는가가 아니다.

리더쉽은 여러분의 의제에 다른 사람을 동참시키는 능력이다. 리더쉽의 중요한 측면은 장기적인 이익을 얻기위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다.


258페이지
근무시간에는 직원들에게 한 번만 말하면 그들은 여러분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 야구팀의 경우에는 지시 내용을 반복해서 말해야 하고 제대로 들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아이들을 잘 타이르고 반복해서 애기하고,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감을 갖게 하고, 칭찬을 하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지 처음부터 몇 번씩 반복해야 할 것이다.

295페이지
낡은 관리 방식의 핵심 요소를 나는 제조업 정신(pdocution mentality)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해당 조직의 관리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지칭하는 대상은 공장 생산라인의 관리자가 아니라 지식근로자들을 제조업 정신으로 관리하는 관리자이다. 그들은 "공장", "작업량"의 "측정", "공정", "품질 통제", "효율성", "ROI", "낭비 제거", "원가 절감"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 용어들이 조직에 만연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리스크 기피를 나타내고 지식 조직의 실패를 부르는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의 핵심은 조직을 "운영 효율성"만을 위해서 쥐어 짜면 결국 직원들의 반발심만 커지고 결국에 가서는 변화하지 않는 관료적인 조직만이 남게 된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이게 우리나라 회사에서 얼마나 현실적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에 나오는 얘기는 모두 나도 공감하는 얘기이고 정말 우리 회사가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문제는 그게 "이상향"에 가까운 얘기라는 점이다. "빨리빨리"가 기본 코드인 우리나라 회사에서 그것도 "제조업" 문화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대부분인 이 나라에서 그런 것들이 옳지 않은 것이니 "여유"를 갖는 회사 문화를 만들라는게 과연 현실적일까?

물론 필자는 아마도 "제조업"에서는 일해본 적이 없는 "소프트웨어 전문가"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제조업"문화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아마 한번도 "컨설팅 프로젝트"를 해보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결국 그 책의 내용이 "올바른 방향"을 얘기하는 거라면 독자의 "흡수능력"에 달려있을거라 생각된다. 여러분이 다행이 "제조업" 문화가 기본이 아닌 좋은 문화의 "인터넷 회사"에 다닌다면 아마도 위에서 얘기하는 내용들이 "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간간히 나오는 "리더쉽"에 대한 내용은 분명히 필요할 필요가 있다.

또는 여러분이 능력이 출중해서 어린 나이부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이라면 회사의 "기업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책을 통해서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며, "회사"란 조직이 가져야 할 주요 요소들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같은 역할을 해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만약 여러분이 사회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상태에서 팀장이 되었다면 또한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관리자란 결국 "전문가"가 아니다. 아니 관리자란 결국 "사람에 대한 전문가"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람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는 법. 사람간의 오해를 풀어주는 방법.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방법. 팀장이 없어도 팀원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게 하는 방법. 사람의 능력을 파악하는 방법. 이런 내용들은 재미있게도 내가 대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내용들이다. 군대 다녀온 친구들은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혼자서 인생을 사는 "예술가"가 아니라면 우리들중 대부분은 어떤 형태이든지 기업에 소속되어 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기술"은 기본이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언제나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여러분의 회사 생활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독서라고 추천하고 싶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은 퓨처워커
http://futurewalker.kr
2010년 9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