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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컨설팅/전략기획

IPTV 기획자가 알아야 할 오해와 현실

케이블쇼 2007 NCTA

   많은 이들이 IPTV를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IPTV Killer App을 얘기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IPTV 관련된 일을 하면서 국내외 회사들의 IPTV 서비스 내용들을 분석해 보고 있다. 아무래도 현재 IPTV를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는 곳이 통신사이기 때문에 그들의 자료를 많이 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A사의 자료를 보면 참 대단한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의 IPTV를 보면 "판도라의 상자"를 보는 듯 하다. 없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다. 정말로 사람들이 TV에서 원하는 것이 그렇게 여러 가지 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이에 필자가 접한 IPTV 기획자들의 오해를 몇 가지 나열해보고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을 제시해보겠다.

 

오해 1-IPTV STB은 뭐든지 할 수 있다. -->IPTV STB PC가 아니다.

 

  첫 번째 오해는 IPTV STB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어려운 점은 아직 국내에 임베디드 장비 기반의 서비스를 기획해 본 기획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 그들이 기획해 본 환경은 대부분 PC였고 그 기반에서는 상상해서 안 되는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IPTV STB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지 않나 싶다. 기획자 생각에 몇 가지 IPTV STB 구성품을 들어보니 CPU는 잘 모르겠지만 동영상이 잘 돌아가는 훌륭한 것들이라고 하고, RAM 도 최소 164M에서 256M까지 들어간다고 하고, 아예 하드 디스크도 장착하고 그래픽 해상도도 HD 버전까지 지원하면 PC랑 별 차이를 모르겠다. OS는 임베디드 리눅스라 하는데 어차피 리눅스면 대충 듣기에도 윈도우랑 별 차이 없이 안 되는 게 없던데 뭔가 그렇게 안 된다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라고 할 수 있다. 가끔가다 "3D 게임 하나 넣으면 안돼요?"라고 묻는 기획자도 있다. 혹은 "그거 PC에서는 다 되던데~". 대략 황당을 넘어서 당황이다.

결국 이런 현상은 IPTV라는 TV 기반의 컨버전스 즉 융합 제품의 과도기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기존의 TV는 단순히 단방향으로 영상 컨텐츠만을 전달해주는 간단한 매체였었다. 하지만, IPTV는 그 태생의 기술적 도움으로 IP 기반의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IP 기반의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매체는 무엇인가? 바로 인터넷 기반의 PC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 IPTV PC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IPTV STB은 분명히 PC가 아니다.

   필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IPTV STB 생산 가격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 안에 들어간 부품 값을 다 합쳐도 인텔 CPU 가격 하나 값이 안 됩니다 라고. IPTV 기획자님들,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대부분의 IPTV STB CPU 성능은 동영상 재생 성능을 제외하면 당신의 최신 휴대폰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휴대폰에서 3D 게임 쓸 만하던가요? 휴대폰에서 3개 이상 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시키던가요? (요새 이게 멀티태스킹 되는 휴대폰이라고 자랑하는 기능입니다)

 

오해 2-고객은 많은 서비스를 원할 것이다. --> Killer App에 집중하라.

 

  두 번째 오해부터는 고객에 대한 것들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아직 국내 대부분의 IPTV 기획자들(디지털 케이블 TV라도 별 다를 거 없어 보인다)이 가지고 있는 오해라고 생각된다. 오해는 바로 고객이 많은 종류의 서비스를 원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내 통신사의 IPTV 전략 중 유명한 것이 바로 "Me Too" 전략이다. A사는 현재 TV의 디지털 서비스에서 앞서있는 디지털 케이블TV에 대해서 "Me Too" 전략으로 하고 열심히 준비하다가 B사가 다른 전략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하자 이제는 다시 그 B사에 대해서 "Me Too"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여기서 "Me Too" 전략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Me Too" 전략(사실 전술에 가깝지만)이야 말로 잭 웰치의  "Bench Marking"이라는 놀라운 경영 전략 중의 한 방법으로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Me Too"의 결과로 위와 같은 오해가 있기 때문에 얘기가 나온 것이다.

 

  TV가 어떤 제품인가? 누구나 알고 있는 "뒤로 기대어 보는(Lean back)" 환경의 제품이다. PC와는 기본 환경 자체가 다르다. TV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앞에 앉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70년간 고객들에게 수동적으로 사용하도록 훈련시킨 제품이다. 그러한 지난 70년간의 생활 방식이 어느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다. 우리가 고객의 습관을 바꾸어 TV 영상 시청 이외에 성공한 최초의 서비스는 바로 "홈 쇼핑"일 것이다. 이러한 "홈 쇼핑"이 일반인들에게 보급된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아직 국내에는 10년도 되지 않았고 세계 최초라는 미국에서도 1977년에 이러한 홈 쇼핑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전국적인 서비스를 하는 데까지 10년이 걸렸다.

 

  경쟁사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기획자의 대단한 오해이다. 단언컨대 IT 비즈니스에서 복잡한 구조의 서비스가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유럽에서 IPTV의 성공한 이유가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가 많기 때문인가? 또는 이런 경우에 생각해야 할 기준은 당신이 기획한 IPTV 서비스의 광고 카피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저희 A사의 IPTV는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에게 기쁨을 제공할 것입니다"라고 광고가 나간다고 생각해보자. 고객 반응은 "다양한 서비스? 그게 뭔데?" 일 것이다. 그렇게 사용할 예산이 있으면 차라리 Killer App에 집중하고 그 Killer App을 집중적으로 마케팅 하기 바란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아직 고객은 IPTV가 무언지도 모른다. 즉 기획자가 자기가 만든 IPTV 서비스 전체를 고객에게 어떤 메타포어로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가 없다면 함부로 서비스를 늘리지 말기 바란다. 앞으로 최소한 5년 동안은 그러한 Killer App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서비스는 그러한 IPTV에 대한 일반인의 저변이 확대되면 그 이후의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오해 3-고객은 다양한 기능을 원할 것이다. -->간편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인터페이스

 

오해 3은 오해 1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오해 2로 인해서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 IPTV 서비스 기획자가 주로 PC기반의 S/W를 기획하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오해2가 서비스의 종류 자체를 늘리려고 하는 경향이라면 오해 3은 좀더 미시적인 인터페이스나 기능 자체에 대한 욕심을 의미한다.

같이 생각해보자. TV용 어플레이션을 기획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바로 멀리 떨어져서 보는 TV라는 사용 환경에서 고객이 간편함을 느끼면서도 필요한 기능들을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만큼 어려운 문제이다.

일반적인 고객들이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군다나 TV는 고객들이 이미 수동적인 방식에 익숙하게 교육된 제품이다. 이런 수동적인 방식에 익숙한 고객들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인터페이스 면에서도 많은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에 PC기반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보여주는 주스트(Joost.com)는 매우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생각된다. 심지어 주스트는 VOD를 가지고 실시간 채널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인터페이스를 설계해 놓았다. 필자도 작년부터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인터페이스 아키텍처였는데 이미 주스트에서는 구현되어 있었다. 즉 국내 IPTV VOD 서비스를 보면 검색이 가장 큰 이슈이다. 즉 내가 뭔가 컨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색하고 선택해야만 한다. 필자의 생각은 단순하게 시작되었다. “내가 왜 그렇게 해야만 하지? 그냥 알아서 최신 것으로 나오면 안될까?” 이런 내 질문에 주스트는 간단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러한 내 욕구에 부응하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접근이 바로 필자가 얘기하는 간편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인터페이스(Simple but not dummy interface)” 전략이다. , 사용자 접근의 시작은 단순하게 할 수 있으나 그 안에는 사용자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에 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스트의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 기사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겠다.

 

오해 3-IPTV의 주 고객은 얼리 아답터이다.--> 주 고객은 전기 다수 수용자들이 될 것이다.

 

필자도 집에서는 아직 IPTV는 안 보고 위성방송을 보고 있다.(솔직히 B사의 IPTV는 아직 내 마음에 드는 수준이 아니기도 하고 나 같은 얼리 아답터에서는 선택의 폭이 많아서 굳이 필요성을 아직 못 느끼고 있다). 물론 필자도 나름대로 얼리 아답터였었다. 이러한 얼리 아답타도 나이가 30대도 기울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게을러졌다. 예전 같으면 새로운 서비스를 모두 해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집에 있는 위성방송의 양방향 서비스도 다 해보지 않고 있다. 기껏 사용하는 게 날씨하고 교통 정보 정도이다. 그 이상은 별로 필요성도 못 느끼고 위성서비스의 양방향성의 속도에서 오는 피곤함과 TV 인터페이스의 불편함 때문에 사용성도 못 느끼겠다.

모든 서비스 기획의 시작은 대상 고객의 정의이다. 반대로 서비스 기획자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명언중의 하나가 자기가 쓰고 싶은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이 좋아할 서비스를 만들자이다. 대부분의 기획자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자기 만족 프로젝트를 하기 쉽다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획자 스스로가 얼리 아답터(Early Adapter)”인 경우에는 기획하는 서비스가 얼리 아답터들이 좋아하는 관점에서 작성된다는 점이다.

최근에 필자가 다녀온 IPTV 관련 세미나에서 들은 얘기인데, 그 강사님의 의견은 IPTV의 주요 고객이 30대에 PC에 익숙한 얼리 아답터에 가까운 고객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의견이 전혀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 생각은 진정한 블루 오션을 만들어야 하는 전략 기획자라면 이러한 틈새 시장이랄 수 있는 얼리 아답터 대상의 시장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장만을 분석해본다면 현재 국내 마케터들이 예상하고 있는 2010년까지의 IPTV 가입자를 최대 200만 명까지도 보고 있다. (물론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수치이기는 하다). 예상대로 200만 명의 고객 중에서 얼리 아답터는 몇 명이나 될까? 대량 10% 만을 생각해 본다면 20만 명이 될 것이다. 아직 국내에 얼리 아답터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를 보지 못했으므로 그냥 전체 IPTV 예상 고객에서 10%~20% 정도를 얼리 아답터라고 가정한다면 국내 IPTV시장에서 얼리 아답터의 수치는 20~30만 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IPTV의 가입자 수가 이미 B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에 3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현재의 30만 명의 가입자가 모두 얼리 아답터라고 하면 너무 비약이 심한 걸까?

요지는 결국 지금부터 IPTV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획자라면 얼리 아답터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기획해서는 실패를 예고한 것이라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얼리 아답터들은 대부분 눈이 높고 이동성(?)이 높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의 유지가 어렵기도 하다. 따라서 당연히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고객층은 전기 다수 수용자라고 할 수 있는 실용주의자고객층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에서  서비스가 준비되고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로 논의하겠다.

 

오해 4-IPTV Killer App은 대화형 서비스이다. -->최소한 아직은 아니다.

 

필자도 IPTV 서비스에 대한 시장 분석을 시작하면서 양방향 TV에 대한 과거의 많은 실패담들을 읽어보았다. 최근에 와서 IPTV가 어느 정도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있기 전까지, 대화형 TV(Interactive TV)라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많은 시도들이 기존 네트워크에서 있어왔다. 지상파 TV부터 위성 TV와 케이블TV에서 더 활성화 되어 있는데, 대화형 TV를 위한 전 세계 표준(DVB, OpenCable 등이 만든)이 있고 이를 위한 표준 미들웨어(MHP, OCAP, ACAP)가 있으며 또한 이것 위에 다양한 서비스 어플리케이션들이 개발되어 있고 현재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 아직도 그 많은 양방향 콘텐츠 중에서 Killer App이라고 할 만한 것을 보지는 못했다. 물론 아직 지상파 기반의 양방향 서비스는 결국 디지털 TV가 보급되어야 그 성공 가능성을 타진 할 수 있을 것이고, 위성 방송은 이미 2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지만 양방향 서비스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는 알려진 바가 없다. 디지털 케이블TV도 사정은 별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디지털 케이블TV를 사용하는 아줌마들이 고객센타에 전화를 걸어서 사용이 어려워서 가입을 취소하겠다는 것을 말리기 위해 전화로 사용법을 알려주는 팀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다.

이유가 뭘까? 대답은 이미 나와있다. 이미 업 링크에서의 속도 문제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위성방송은 차지하고 결론적으로 아직 고객들이 준비가 안 되어있다. 수동적인 것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뭔가를 선택하라고 하면 우선 짜증이 나지 않을까? 그럼 이 모든 문제들이 고객들의 자세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다시 자문해보자.  똑 같은 고객들이 PC는 전혀 못 쓰는가? 예를 들어 10년 전에 컴퓨터라면 게임만 하는 기계라고 알고 계시던 분이 60대의 필자의 엄친도 이제는 D사 카페에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시며 좋아하신다. 물론 엄친은 아직 이메일 주소를 잘 기억 못하셔서 메일도 제대로 못 보내시는 분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그런 분들을 어떻게 새로운 세상으로 끌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기술의 핵심이다.

북한산 자락에서 퓨처 워커가 2007513

(http://www.futurewalker.co.kr)

PS. 재미있는 것은 기사를 쓰고 난 후 관련 기사가 있을까 해서 검색해 보니 서울경제의 “세계최대 케이블 TV 展 'NCTA 내셔널쇼' 무엇을 남겼나”라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를 보면 전시회 내의 세미나에서도 같은 내용의 세션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7일 열린 세미나의 제목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이팟에서 배웠다”라고 한다. 이 얼마나 적절한 세미나 제목인가! 세상은 역시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