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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일

제품 개발팀에 민주주의는 피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애플처럼 그리고 닌텐도처럼 혁신적인 기업이 되길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혁신"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역시 쉬운 접근은 그런 혁신적인 기업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좀 알고 따라한다면 웬지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닌텐도처럼 창조한다는 것 - 8점
김정남 지음/북섬

아래 내용은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책의 내용을 발췌하지 않는데 이 내용은 워낙 오해의 소지도 있고 해서 그대로 옮겨봅니다. 

본문 104페이지에서

미야모토 시게루(마리오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닌텐도의 게임기획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경멸하는 것 중 하나는 팀 내에 민주주의가 만연할 때다. 그는 민주주의의 가치 자체는 인정하지만 직장에서의 민주주의는 책임 회피를 위해 사용된다고 본다. 리더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 떄 팀은 학급 회의처럼 이런저런 것들을 전원합의제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스스로도 자신이 없으니 팀원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고 팀원에게 끌려가고 마는 것이다. 문제는 팀원들이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는 데 있다. 사실 리더는 고객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기능을 수시로 추가해야 하는데 일을 해야 하는 팀원들 입장에서는 과연 힘들게 추가 작업을 하면서까지 새로운 기능을 넣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만들고 있는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수정하거나 고쳐야 할 때 팀원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수고가 아까워서 웬만하면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일 수가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만연한 팀에서 리더가 새로운 기능을 넣고자 할 때나 기존의 것을 수정하자고 할 때 팀원들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을 위한 타협이 아니라 당장 추가 작업을 해야 하는 팀원들 간의 담합행위에 불과하다. 그래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없다.... 중략

T옴니아 사용자가 인터넷을 안 쓰는 이유

저는 위에서 얘기한 "합의에 의한 제품"의 대표적인 예로 국내에서 출시한 T옴니아라 생각합니다.   T옴니아는 한마디로 제조사와 통신사 그리고 플랫폼 회사의 "합의"에 의한 제품이라고 보여집니다. 내장된 웹 브라우저가 3개입니다. 어느 것 하나도 고객을 만족시킬 자신이 없으니까 세 개의 웹 브라우저를 내장한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그 제품의 기획에 관련된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고객이 과연 제품에 내장된 IE Mobile과 Opera Browser와 Web viewer 방식의 세 개의 차이점을 알면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품을 기획한 분 스스로도 세 제품의 차이점을 잘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경향은 비단 내장된 S/W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통신사가 만든 UI와 제조사의 그것 그리고 MS의 UI가 각자가 다릅니다. 결국 이렇게 세 회사의 "합의"에 의한 제품이 고객들에게 인터넷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지름길(?)이란 걸 그분들도 아실겁니다. 그 이후에 나온 쇼옴니아2의 경우는 그래도 통신사의 요구사항이 최소한 UI에 대해서는 제조사에게 많은 양보(?)를 했다고 합니다. 즉 제조사가 통일성있게 전체 UI 개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제품 개념을 잃어버리는 지름길, 민주주의

이제 휴대폰이나 게임기나 어떤 제품을 개발한다는 건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게 됩니다. 제품의 상품기획자부터 기구 디자인, S/W 디자인, 하드웨어 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등 아마도 최소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관계자가 있습니다. 위에서 T옴니아의 경우도 제조사에 수백명이 있을 것이고 통신사에 또 많은 인원 그리고 윈도모바일 OS를 개발하는 회사에서도 사실 수백명의 개발자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각자가 원하는 "기능"이나 "개념"을 모두 수용해버리면 제품은 결국 "Edge" 없는 "짬뽕"이 되어버리게 됩니다. 결국 원래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개념은 여러 가지 나중에 추가된 개념들로 묻혀버리고 그냥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슈퍼맨"이라 부를 수 있는 제품이 나옵니다. 슈퍼맨은 이상적인 꿈일 뿐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제외할 것인가가 제품을 쉽게 만드는 방법

아이폰을 생각해보죠. 아이폰에도 약점은 많습니다.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고, 문자 메시지는 개별적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 한글의 초성으로 검색도 되지 않습니다. 키패드도 없어서 터치로 글자를 입력하는 것이 그리 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SD 메모리카드로 확장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약점들을 보안하기 위해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게했다면 현재의 디자인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고, 여러 기능을 추가했다면 그렇게 쉽지도 않았을 겁니다. SD 메모리카드를 지원하려 했다면 이미 파일 시스템을 선택하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그렇게 전체 개념이 단순해지기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아이폰이 지향하는 "간결성"의 개념을 잃어버렸을 겁니다.

모두 아이폰을 따르자는 얘기가 아니라

모두 아이폰과 같은 UI를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이폰처럼 무조건 모든 기능을 단순화시키고 배경 화면에 아이콘만 매트릭스로 배열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이폰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 아이폰을 이기는 길은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의 제품이 어떤 "개념"으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핵심 기능과 핵심 개념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것이 내부 상사이든지 통신사이든지 플랫폼 제조사이든지 상관없이 민주주의가 아닌 "제품의 개념에 대한 신념"을 일관성있게 지켜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이폰을 이기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혁신이란 고객이 바라는 것을 아는 것

전 혁신이란 고객이 바라는 제품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고객이 한 사람이 아니라 고객도 무엇을 바라는지 모른다는데에 있습니다. 그런 혁신성이 과연 교육으로 키워질 수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창의력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알아보고 같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서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런 "공간"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창의성이 존중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퓨처워커
2010년 4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