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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일

얄밉게 잘하는 애플의 iPhone 국내 협상


KT가 iPhone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거의 정설에 가까운 얘기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협상 테이블에 KT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래는 inews24 기사의 일부분이다.

지난 해부터 '아이폰' 도입에 나선 KT가 애플에게 '독점 판매권'을 요구했지만 애플이 SK텔레콤에게도 공급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뉴스24

KT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KT는 현재 KTF와의 회사 통합 이후 QOOK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는 못하다.

반면 SKT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역시 다양한 모델의 출시로 향후 시장 방향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용 블랙베리를 포함하여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하였고, 삼성전자의 T-Omnia가 시장에서 나름 좋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소니 에릭슨의 최신 제품인 Xperia와 HTC의 제품들까지 나름 다양한 선택권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KT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이 대부분일뿐 외국 제품으로는 Gigabyte의 제품 정도가 유일하다.

이런 KT입장에서 iPhone의 도입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LGT의 Oz라는 저렴한 무선 인터넷이라는 "컨셉"은 어짜피 흉내내기 힘들기때문에 KT 입장에서는 보다 Premium Market을 공략하기위한 제품이 필요하면서도 SKT가 이미 도입한 것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크지 않는 이유가 결국은 휴대폰 자체의 경쟁력에서 고객에게 매력적인 제품이 적었기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은 비싸면서 일반 휴대폰보다 기능은 많다고 하지만 통신사, 제조사, 플랫폼 회사의 다양한 UI가 혼합(?)되어 사용법을 진정으로 어렵게 만들어준 T-Omnia 같은 제품을 보면 이걸 정말 일반 대중들에게 쓰라고 만든 휴대폰인지 싶다.

이런 국내 상황에서 KT의 iPhone 도입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입장이고 이는 KT가 iPhone 도입 협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만든다.

더군다나 Apple이 누구인가? 전세계 통신사를 설득해서 단일 시장을 만든 "협상의 달인"들이다. 그런 Apple이 KT와 도입 협상을 하면서 쓰는 카드는 바로 "SKT"라는 카드였다.

Apple 입장에서 KT에 보다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 즉 KT를 압박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Apple은 현재 SKT에게도 iPhone 도입을 제시하면서 마치 KT와 SKT를 저울질 하는 것처럼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T 입장에서는 또 다른 "대안"들이 있다. 기존에 이미 도입한 Sony의 신 제품들도 있고 HTC의 안드로이드 제품들도 그 대안이 될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그 협상에서 SKT는 "KT가 도입하면 하고, 그들이 안하면 우리도 안한다"라는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해야 하는 입장인 KT가 "독점조건" 없이 iPhone을 도입한다면 전략상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건 오히려 SKT만 좋은 일 시켜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KT가 iPhone을 도입하는 것은 SKT의 고객을 뺏어오는 "공성전략"이지 LGT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 고객을 지키는 것 같은 "수성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협상결과가 SKT와 KT가 동시에 iPhone을 도입하게 된다면 제일 큰 피해자는 KT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어짜피 동시에 도입해서 동시에 마케팅을 해버리면 어짜피 iPhone을 구매해야 입장에서는 굳이 KT를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기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은 충분히 다른 방안으로 만들 수 있지만 시장을 "리드하는 인지도 확산" 관점에서는 분명히 실패한 전략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협상의 방법론이 바로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lated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한다. 바로 아래 책은 이러한 협상의 법칙을 10가지로 간단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협상의 10계명 - 10점
전성철.최철규 지음/웅진윙스

사실 Apple의 이런 전략은 초기 iPhone 2G를 출시할 때 미국에서 AT&T가 모든 조건을 Apple에 유리하게 받아들이게 한 최대의 법칙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도 1위 사업자가 아닌 2위 사업자 AT&T가 굴욕(?)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iPhone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굴욕(?)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AT&T와 Apple은 결과적으로 Win-Win 협상을 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AT&T는 결과적으로 원하는 가입자 증가를 얻었고 Apple은 초기 시장 형성에 성공한 후에 오히려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봤을 때 KT는 반드시 이번 협상에서 iPhone을 도입해야만 하는 입장이고 이러한 상황을 Apple은 최대한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명의 고객으로서 부디 Apple과 KT가 Win-Win할 수 있는 협상결과를 빨리 도출하기를 바라며 여러분들도 꼭 협상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시길 추천한다.

협상은 언제나 어려운 퓨처워커
http://futurewalker.kr
2009년 6월 21일

참고
  아이폰 국내 출시 지연은 독점판매권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