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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베디드기술

학교가 좋으면 취직이 어렵다-어느 면접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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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

  지난 주에 지금 회사에 들어와서는 처음으로 회사 면접관으로 참여를 했다. 사실 예전에 직접 회사를 운영할 때나 또는 중소기업에 다닐 때는 정말 지겹게도  많이 면접관을 해 봤지만, 오랜 만에 신선한 신입사원 후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약간의 긴장감마저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있는 법, 역시 내가 약간은 과도한 기대를 했다고 자위하고 있다.  대기업중에서 업계에서 1위라고 자부하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것이니 면접관으로서 기대감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학교를 나온 학생들을 많이 만났지만, 결과는 학교의 명망이 졸업생의 태도를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사실 중소기업에서 사람을 뽑기는 정말 힘들다. 개발자 1명을 뽑자고 이력서를 100개를 보고 그 중에서 10여명에게 면접 요청을 하고 그 중에서 2~3명과 면접을 볼 수 있다. 면접을 봐서 내가 마음에 든다고 그 사람이 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면접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열심히 "감언이설"을 해야 채용할 수 있는 것이 내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기업의 면접관으로서 그 까다롭다는 우리 회사의 서류 및 적성 검사 그리고 영어(그 말도 많은 TOEIC이 일정 점수 이상인~)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을 만나 보게 되는구나라 생각했다.

  정말 이번에야말로 중소기업 면접관의 설움을 씻고 너무나 가능성 넘치는 친구들중에 어떤 친구를 골라야 하나라는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이제 여기에서 그 몇몇 유형을 얘기해보려 한다.

  우선 우리가 면접을 본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자. 저번 주는 A전자, B전자와 우리회사가 채용 시기가 비슷해서 대부분의 면접생이 세 군데를 모두 응시한 학생들이었다. 대부분 학력들이 좋았고 학점은 편차가 큰 편이였다.

  면접을 현업 부서에서 직접 나와서 했기때문에 면접 응시생들에게도 입사하게되면 일하게 될 분야가 임베디드 분야라는 것을 알려져 있었다.

  우리는 응시생들에게 대부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1. 유비쿼터스에 대해서 설명하시요

    2. 대학원을 가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려는 이유는?

    3. 프로그래밍 경험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은 어떤 것인가?

    4. 프로그래밍 해 본 임베디드 하드웨어의 CPU? 컴파일러는?

    5. 학교 생활에서 제일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성적, 과외할동, 인간관계?

    6. 응시한 회사들에서 모두 오라고 하는데 우리 회사에 온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7. 본인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8. 어학연수, 과외활동에서 느끼거나 배운 점은?

    9. 지방근무도 있고 일이 많이 힘들다. 가능하겠는가?

  전공에 대한 질문과 기술 외적으로 대학 생활에서 배운 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다음은 우리가 면접에서 떨어뜨린 유형들이다.

  • 면접 시간에 늦게와서 이유를 물으니 과 모임이 있어서 그랬단다.
    --> 입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 자신이 열정과 패기가 있다고 얘기하나 이력서 어느 곳에서도 그 증거라 할만한 내용이 전혀 없는 학생
    --> 말로만?

  • 6번 질문에 횡설수설하는 형.
    --> 입사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 2번 질문에 특별한 생각이 없는 형.
    --> 입사한 지 얼마 안 있어서 힘들다고 대학원 갈 것으로 보였다.

  • 4번 질문에 대답을 못한 프로그래머들. 또는 자기는 하드웨어만 했다고 주장하는 학생.
    --> 자기가 임베디드 분야에 입사한다는데 경험한 하드웨어의 CPU도 모른다면 대답이 의심스러웠다.

  • 5번에 대해 이력서에 경력(과외활동,자격증,어학연수, 프로그래밍 경험) 사항도 한 줄 안 쓰고 특별한 대답이 없는 형
    --> 학교에서 아무 생각없이 놀기만 했거나 아무 생각없이 공부만 한 형이라 판단되었다. 공부만 했다면 성적이라도 좋을 텐데.

  • 7번은 정답이 없는 내용이라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를 알고 싶었다. "가족", "성공", "친구" 등 몇몇 유형의 대답이 나온다.
    --> 물론 횡설수설은 탈락이다.

  • 8번에서 진심으로 느낀 점을 말하면 합격.
    --> 횡설수설이면 놀기만 했다는 것
  • 3번에서 어려운 상황이 없거나 무엇이 어려웠는지 기억이 나지않는다
    --> 프로젝트 그룹에서 들러리였을 것으로 판단함. 사실 전산과를 나와도 코딩 한 줄 안하고 졸업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다음은 우리가 면접에서 합격시킨 유형들이다.

  • 실력은 별로지만 자기가 정말 SW를 좋아하고 입사한다면 정말 기쁘겠다는 느낌이 넘쳐나는 학생 
    --> 정말 집 대문에 포스터를 붙일 것 같았다.

  • 병역특례로 과거에 회사를 다녔고 거기서 이미 3년간 프로그래밍 경험이나 제품 개발 경험이 있는 학생
    --> 최소한 일이 힘들다고 울다가 3개월 내에 그만두지는 않겠지. 그래도 3년이나 고생해 봤으니.

  • 프로그래밍은 잘 모르지만 자신의 의사전달을 잘하고 배울 의지가 있으며 입사 할 의지에 눈빛이 반짝거리는 학생
    -->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 6번 질문에 제조업보다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자기가 적성에 맞다고 주장하는 학생.
    --> 최소한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회사는 구분하고 있었다.

  • 최소한 자기가 프로그래밍 했던 CPU가 ARM인지 X86인지는 구분하는 학생

  올해 우리 부서의 경우 업무의 특수성으로 전자/전산 전공자를 서류 심사에서 많이 선발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학교가 좋은(?) 친구들이 많이 오게 되었다. 하지만 면접 후의 내 결론은 "학교와 선발 매력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오히려 학교가 좋으면 대부분 이력서가 부실하고 면접시의 대답도 무성의했다.

  오히려 그런 학생에게 내가 받은 느낌은 "이 정도 학교 출신이면 여기 입사하는데 자세히 이력서를 쓰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내용 없는 이력서에 무성의한 대답을 듣고 뽑아줄 면접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취직하기 어렵다고 한다.

  회사는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나는 입사할 의지와 태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원했다.


북한산 정기를 좀 받아야 하는 퓨처워커가
http://futurewalker.kr
2007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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